영어 슬럼프 마중 나가기

티처조

영어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아무나 지속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낯선 외국어를 익히는 시간이 긴 여정에 비유되곤 하나보다. 마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을 매일 조금씩 걸어가는 기분이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길이란,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게 ‘느는 느낌’이 오랜 시간 들지 않으면 ‘슬럼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영어에 덤볐던 뜨거움은 식어버리고, 영어와 겨우 맺은 친근감마저 서먹해진다.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을 계산하며, 회수할 수 없는 비용에 머리를 긁적거린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감정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내일 찾아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슬럼프를 생각하며, 미리 마중 나가는 심정으로, 슬럼프를 마주하는 세 가지 힌트를 소개한다.



하나, 전에 배웠던 자료를 다시 보자. 1개월 차 영어학습자라면 첫 주에 다뤘던 자료를 꺼내보고, 3개월 차라면 1개월 차에 배웠던 파일을 열어보자. 영어가 귀에 쏙쏙 박히고, 술술 읽히지 않을까. 초반에 배워서 내용이 생생하고, 당시 복습도 꼼꼼히 해서 눈에 훤히 들어오는, 될 수 있는 대로 현재 수준보다 쉬운 자료를 ‘다시’ 집는다. 이미 여러 번 봤던 터라 이해 속도가 전보다 빠를 것이다. 또한, 자기가 쓴 필기와 메모를 들여다보면, 한창 충만했던 감정도 되살아날 것이다. 예전과 달리 쉬운 영어를 접하고, 의욕이 넘쳤던 시기로 돌아가자. 예전에 본인이 쓴 영어일기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휘 수준, 문장 구조, 전체 길이까지 조금은 나아졌을 것이 분명하다.


둘, 하나의 인풋 자료를 유연하게 활용해보자. 슬럼프는 내용이 어려울 때도 찾아오지만, 늘 반복되는 지루한 학습법에서도 찾아온다. 16줄짜리 에세이를 공부한다고 가정해보자. 매번 눈으로 읽고, 모르는 단어에 밑줄을 그으며, 사전을 통해 그 뜻을 찾는 방식으로 텍스트를 접하면 십중팔구 지치고 만다. 오늘은 16줄짜리 에세이를 소리 내서 크게 낭독해보자. 내일은 본인 목소리를 녹음한 후, 원어민 발음과 비교해가며 발음 개선에 집중해보자. 모레는 마음에 와 닿는 세 문장을 골라 암기에 도전해보자. 주말에는 앞서 다양하게 반복했던 자료를 기억에 의존해서 생각나는 대로 백지에 적어보자. 하나의 인풋 자료에 다양한 각도로 다가가자. 이렇듯 살짝 접근 방법만 비틀어도 지루했던 텍스트가 신선한 자료로 변한다.


셋, 쉬자. 분명 두 가지 방법이 모두 안 먹히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는 잠시 영어를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자. 여기서 ‘잠시’에 방점이 찍힌다. 예전부터 영어 학원가에 전해 내려오는 미신이 하나 있다. “하루, 이틀, 삼 개월.” 최대 이틀까지 영어공부를 쉬어도 괜찮지만, 이틀이 넘어가면 3개월이 되고 만다는, 전설의 스토리텔링이다. 3일은 없다, 3개월만 있을 뿐. 오늘부터 슬럼프가 찾아오면 최선을 다해 이틀만 쉬자. 단, 셋째 날에 느닷없이 영어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만. 여행은 시간이나 경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과 태도의 문제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영어를 여행하는 우리의 마음씨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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