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어떤 자료를 고를까?

티처조

선택지가 많으면 고르기 힘들다. 하루에도 서점에 영어학습법 책이 수십 권씩 출판된다. 며칠만 쉬었다가 접속한 인스타그램에는 오늘의 표현이 수백 개씩 쌓여 있다. 유튜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국내파 영어 고수가 추천한 자료와 방법, 해외파 교포의 브이로그, 영어권 원어민이 비원어민을 겨냥한 ESL 자료까지. 이젠 차고 흘러넘친다.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도 좋다는 곳이 많아, 아예 손을 놓게 되는 일도 흔하다. 전부 좋아 보여 정작 고르지 못한다.


출중한 국내파 영어 강사의 자로 잰 듯 딱 떨어지는 문법 설명을 들으면 답답했던 문장 구조가 명쾌하게 이해된다. 해외파 교포가 구사하는, 교과서 밖에서만 배울 수 있는 현지 영어를 듣고 있으면 마치 뉴욕 한가운데서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영어로 주문하는 기분마저 든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가 모국어인 강사들이 대거 유튜브로 넘어와 어학연수를 가야만 접할 수 있었던 ESL 수업을 방구석에서 돈 한 푼 안 들이고 수강할 수 있다. 모두 유익하다. 나도 매일 듣는다. 그런데 이것만 하면 내가 원하는 만큼 영어를 늘릴 수 있을까?



위의 나열한 방법은 영어를 처음 접하는 학습자에게는 재미를 붙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명확하고, 신선하고, 경제적이다. 무엇보다 두렵지 않다. 막막한 영어의 어둠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친절히 안내받는 느낌이다. 하지만 앞서 나열한 방법은 모두 ‘의존하는’ 접근 방식이다. 혼자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 초반에는 위의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중반과 후반에는 반드시 혼자 통과해야 한다. 중간중간 참고하는 것은 괜찮다. 한데 ‘스스로’ 영어를 ‘영어로 흡수하시는 시간’이 부족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기 위한 최적의 자료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바꿔 말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이냐,라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식성이 제각각이다 (친누나는 물에 빠진 고기에 입도 못 대지만, 매형은 물에 빠진 고기 위주로 건져 먹는다). 특정 음식이 맛있다고 권유할 수 있고, 특정 가게가 분위기가 근사하다며 소개할 순 있지만, 무조건 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음식에 ‘음’자도 모르고, 다짜고짜 이 식당에 들르지 않으면 절대 배부를 수 없다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먹어 보고, 맛없으면 딴 것도 먹어 보고, 나중에 다시 생각나면 또 먹어 보는 것처럼, 영어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영어학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신의 혀를 믿자.


그렇다고 처음 영어를 접하는 학습자가 속도감 있는 AP뉴스를 고르거나, 전문 배경지식을 요하는 이코노미스트 잡지를 고르면, 안 그래도 어려운 영어, 더 어려워지고 만다. 영어를 포기하는 지름길이다. 초반에 어떤 난이도를 선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초급, 중급, 고급은 잊자. ‘해 볼 만한 (tasks of just manageable difficulty)” 난이도가 제격이다. 전반적인 내용은 큰 무리 없이 이해하며, 군데군데 아리송한 단어가 서너 개 등장하되, 귀찮을 정도의 영한사전 도움 없이 진도를 쭉쭉 밀고 나갈 수 있는 자료. 중간중간 이해가 안 되는 찜찜한 문장 구조가 나타나지만, 계속 듣고 읽다 보니 앞서 막혔던 흐릿한 내용이 점차 또렷해지는 자료. 이게 바로 ‘해 볼 만한’ 난이도의 자료다. 여기에 재미와 의미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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