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주에선 티처조의 제자, 한국에선 러너블 왕초보반 강사가 된 J 데일리러너

러너블


스포츠에는 '플래잉 매니저'라는 직업이 있다. 운동 종목에서 선수와 감독 역할을 모두 겸하는 사람을 말한다. 쉽게 말해,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면서 동시에 선수로서 경기에 참여하는 일이다. 운동 능력과 판단력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능력의 소유자이다.


사업에는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도 있다. 자기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다른 사장에게 사업을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언제 투자를 받고 언제 아이템을 다각화할지, 어떻게 마케팅을 시도하고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지, 다른 사장에게 멘토링을 하는 일이다. 이것 역시 쉽지 않다. 알고 있는 것과 그걸 설명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사업을 키우는 일과 사업을 가르치는 일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12년 차 영어강사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왕초보부터 고급까지 가르칠 수 있는 범위가 제법 넓어졌다. 하지만 같은 일에 종사하는 다른 영어 강사를 가르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내가 어떻게 어디서부터 여기까지 도달했는지,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견뎠는지를 정확히 전수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체득한 경험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타인이 보는 '영어강사'란 직업과는 다른, 나의 속사정을 숨김없이 알려줘야 한다.


2019년 10월, 내가 가르친 학생이 영어강사로 데뷔했다. 강사 일은 내가 먼저 제안했다. 호주 멜버른에서 1년간 가르친 학생이었는데, 매주 내준 과제를 성실히 완수했고, 약속을 어기거나 지각하는 법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영어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영어를 흡수하는 능력이 당시 가르쳤던 어떤 학생보다 뛰어났다. 마침내 그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때다 싶었다. 한국에서 만난 첫날, 강사 제안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요일마다 영어공방 왕초보 수업을 든든히 맡아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6개월이 지나 그는 이제 어엿한 영어강사가 되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게 수업 자료를 보낸다.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혹시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 늘 질문한다. 그야말로 가르치면서 배우는 'learning by teaching'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존재다. 나는 한심하게도 강사를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다며 혼자 흐뭇해하곤 했다. 하지만 매번 노력하는 그를 보면서, 나 역시 다른 뛰어난 영어강사를 관찰하며 계속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A true teacher is one that realizes that he or she is a life-long student."
내가 영어 강사로 데뷔한 2009년부터 늘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이다.
평생 학생으로 남는 사람만이 진정한 선생님이 될 자격이 있다.  


작성자 : 티처조 @dailylearner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