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매일 영어를 놓지 않는 태도를 가진 L 데일리러너

러너블

2019년 11월 L학생을 처음 만났다. 매번 수업 시간 20분 전에 도착해서 지난 수업 때 배운 내용을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질문할 거리를 따로 형광펜으로 표시해 공책에 차곡차곡 쌓은 장면을 보고 '아, 이 학생은 분명 나중에 영어를 잘하겠구나'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질문이 곧 배움이고 배움이 곧 질문이라는 사실을 10년 넘게 영어를 가르치며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초급반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가 중급반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L학생의 수많은 장점 중 단 하나를 꼽으라면 '매일 영어를 놓지 않는 태도'를 고르겠다. 영어공방 메인 수업 '영어종합선물세트'는 30일 동안 매일 자신이 영어를 접한 기록을 단톡방에 인증해야 한다. 말이 30일이지 실제로 30일간 무언가를 매일 접하는 작업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30일 동안 매일 치킨을 먹는 일도 고역이니까.) 하지만 L학생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6개월 넘게 매일 영어를 접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나도 가끔 영어가 당기지 않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L학생 인증 메시지를 확인한다. 그러면 부끄러운 마음이 동기부여로 싹 바뀌면서 다시 씩씩하게 영어를 접하고 잠든다.


L학생은 외국계 IT 회사를 다니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지금까지 무려 4개월간 재택근무 중이라 종일 집에서 일하고 쉬고를 반복한다고 한다. 최근 L학생은 온라인 쇼핑을 했는데 잠옷을 두 벌이나 샀다고 한다. (재택근무와 잠옷 판매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일주일에 서너 번 외출한다는데 무려 이틀을 영어공부를 위해 나온다. 목요일은 영어공방 메인 수업을 들으러, 일요일은 선데이업 중급 스터디를 참여하러. (심지어 평일에는 온라인으로 데일리챌린지까지 참여하고 있다.) 기특하단 표현을 학생에게 쓰기에 예의 없게 들릴지 모르지만 기특하단 표현 외에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L학생은 넉넉히 2년만 지나도 주변에서 알아주는 영어 실력자가 될 재목이다. 지금 20대 중반이라 시간이 충분하고 영어 실력도 벌써 중급자 실력을 갖췄으며 앞으로 혼자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습관이 배어있다.


19년 11월 L학생과 은연중에 했던 약속이 기억난다. "여기가 L학생의 마지막 학원이 될 거예요." L학생은 더 이상 다른 학원을 찾는데 시간을 쓰고 있지 않다. 그 시간을 자신에게 맞는 영어 방법을 찾는 데 쓰고, 자기가 실제로 영어를 접하는 데 쓰고 있다. 이런데 영어가 안 늘고 배길까?


L 데일리러너의 영어기록: @dailylearner_ellie

작성자 : 티처조 @dailylearner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