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블 대표 강사인 티처조도 현재 16년 차 영어 강사이지만,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어의 '영'자도 모르는 체대생이었어요.
하지만 성인 이후에 국내에서 ‘영어식사고’를 기르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 결과 강남 대형 어학원에서 한 클래스에 200명을 상대로
영어 강의를 하게 되었고, 현재는 러너블 대표가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티처조는 30살 이전에 영어권 국가를 다녀온 경험이 없었어요.
여러분도 티처조처럼 20살 이후에 국내에서 '영어식사고'를 기를 수 있어요.
지금부터 "나도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할 수 있습니다."
2009년 2월부터 현재 이 글을 쓰는 2021년 2월까지 매일 영어를 접했습니다. 매일 영어를 읽고 듣고, 매일 영어를 말하고 쓰고 있고요. 13년 가까이 매일 영어를 접하면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요. 돈도 많이 쓰고 시간도 낭비했죠. 기적의 학습법을 찾아 여러 학습법 책을 뒤적거렸고, 최고의 강사를 찾아 여러 학원을 기웃거렸습니다. 그 모든 시간과 노력이 제 영어를 살 찌우는데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기적의 방법도 훌륭한 강사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매일' 영어를 접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어를 매일 접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 3가지와, 영어를 매일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3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이유 하나하나를 뜯어읽고, 방법 하나하나를 실천해가면, 제가 낭비했던 돈과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매일 영어를 접할 수 있게 변하게 되고요. 그렇게 매일 영어를 접하는 '데일리러너'가 될 것입니다.
영어를 매일 접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 3가지
1. 언어는 노출 없이 배울 수 없다
2.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3. 영어 습관이 생긴다
1. 언어는 노출 없이 배울 수 없다
한국인이라면 한국에 태어난 순간부터 좋건 싫건 한국어에 노출됩니다. 온통 한국어에 둘러싸여 '한국어 마사지'를 받는 셈이죠. 말이 트이기 전부터 부모와 친인척에게, 말이 트이고 나서는 유치원과 학교에서, 셀 수 없는 만큼 양의 한국어를 흡수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 개수를 세어봅시다. 돌아다니면서 본 한국어 간판을 떠올려볼까요. 지금까지 즐긴 방송 프로그램과 음악은 어떻고요. 최근 10년간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를 보면, 휴 말 다 했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엄청난 규모의 '한국어 비눗방울' 안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문자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숫자로 보여드릴게요. 성인 20세 기준으로 한국어에 노출된 시간을 합치면 얼마나 될까요?
24 시간 x 365 일 x 20 년 = 175,200 시간
(여기에 먹는 시간 3시간과 - 물론 먹을 때도 언어에 노출되지만 - 자는 시간 8시간을 빼면)
=
11 시간 x 365일 x 20 년 = 80,300 시간
175,200 시간 - 80,300 시간 = 94,900 시간입니다.
우리는 20세가 되면 한국어에 약 10만 시간 동안 노출됩니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10만 시간은 부정할 수 없는 시간이지요. 각자 영어를 잘하고 싶은 목표치와 기대치가 다를 테지만, 영어 실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노출이 생명입니다. 자주 보면 쉽게 기억나기 마련이고, 자꾸 들으면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10만 시간은 못 채우더라도 10만 시간에 가깝게 매일 노출시켜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서 배우겠지만,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영어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이 간단한 이론만 알면 각종 영어 광고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 거예요. 8시간 만에 자막 없이 미드를 본다는 광고에 코웃음 칠 여유가 생기고, 6개월 만에 원어민이 된다는 책에 콧방귀를 낄 유머가 생길 겁니다.
자신을 영어에 최대한 자주 노출시키기 위해, 영어가 생활의 일부가 되기 위해, 영어를 매일 접해야 합니다.
2.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자라난다
저는 22살 무렵 처음으로 영어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영어 관련 학위나 자격증은커녕 체육대학 휴학생 처지였죠. 영어 실력은 둘째치고 마이크를 잡는 법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100명 이상의 학생들은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많았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매일' 영어 수업을 준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첫 수업으로 새벽 7시 30분 타임을 맡았습니다. 강사들은 보통 3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해 노트북을 점검하고 핸드아웃을 세팅하죠. 하지만 저는 자신감이 부족했고 두려움이 앞섰기에 새벽 6시까지 강의실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30분 수업 시간에 발음할 모든 영어 단어와 문장을 큰 소리로 낭독했습니다. 또한 수업이 지루할 즈음에 써먹을 농담도 연습했고요. 이렇게 6개월간 수업이 있는 날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준비를 했습니다.
새벽 수업이 익숙해질 즈음 처음으로 200명 앞에서 진행하는 특강을 맡았습니다. 생각만 해도 너무 떨려서 특강 하루 전에 몸이 아프다고 거짓말이라도 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매일 연습하고 매일 준비할수록 두려움과 긴장감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어느덧 특강에서 진행할 분량을 눈 감고도 줄줄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회만 되면 특강을 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하루빨리 특강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언가를 '매일' 준비하게 되면 '두려움'이 점점 작아집니다. 그리고 그 작아진 마음에 '자신감'이 들어섭니다. 자신감이 생기면 계속 그 일에 박차를 가하게 되고 결국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자신감과 재미가 만나면 마침내 '실력'으로 발전하겠죠. 이것이 매일 영어를 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3. 영어 습관이 생긴다
전에 근무하던 학원에서 하루 12시간씩 영어를 공부하는 반을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 어학연수'라는 타이틀로 하루 종일 학생들에게 영어를 노출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수강료도 비싼 편이었기에 영어에 절실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6개월간 훈련을 마치고 각자 일터로 돌아가거나 유학을 떠났습니다. 졸업 후 가끔씩 문자나 전화를 주고받을 일이 있는데요. 그렇게 영어에 올인했던 학생들은 하나같이 '영어 다 까먹었어요'라고 말합니다. 즉, 영어습관을 들이기 전에 중도 포기한 상황이죠.
6개월간 하루 12시간씩 영어에 올인하고 이후에 영어와 담쌓는 것보다 매일 20분씩 평생 영어를 접하는 것이 영어 실력을 훨씬 향상시킵니다. 전자는 영어를 '끝내'려고 덤비는 학생이고, 후자는 영어를 평생 '파트너'로 여기는 학생입니다. 영어를 평생 접하겠다고 선택한 사람들은 영어공부에 시간을 투자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미 매일 영어를 접하는 습관을 들였고, 특별한 의지와 결심 없이도 꾸준히 영어를 접할 수 있으니까요.
영어를 매일 접해야만 영어습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두 달 바짝 하고 그만두면 그때 배웠던 영어 내공은 금세 소멸되고 맙니다. 영어습관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술 먹고 새벽에 귀가한 날에도, 3박 4일간 해외여행 중에도, 예비군 훈련을 받는 기간에도 자기도 모르게 영어를 접하게 됩니다. 영어를 매일 접해야만 '영어습관'이 완성되고, 영어습관이 완성되면 자동으로 영어를 매일 접하게 됩니다. 이런 아름다운 영어 선순환, 탐나지 않으시나요?
영어를 매일 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3가지
1. 포스트잇, 스마트폰, 노트북으로 영어 환경 만들기
2. 지루할 때마다 다른 방법과 다른 콘텐츠로 갈아타기
3. 영어 자료를 모으고 기록하기
1. 포스트잇, 스마트폰, 노트북으로 영어 환경 만들기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외국에 사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내가 하는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영어와 연관시켜 보는 방법이죠. 일단 내가 매일 머무는 장소부터 바꿔보겠습니다. 집안을 영어로 꾸며볼까요. 준비물은 포스트잇과 네임 펜이면 충분합니다. 유튜브에서 배운 영어 표현 중 나중에 써먹고 싶은 문장을 포스트잇에 옮겨 적습니다. 포스트잇 하나에 영어 표현 한두 개면 적당합니다. 이걸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화장실, 현관문, 거울, 책상, 침대에 붙입니다.
이 방법이 지루해질 때쯤 저는 테마를 구성해 공간을 꾸몄습니다. 주방에는 주방에서 쓸법한 영어 표현을 골라 붙였습니다. 보일러 옆에는 보일러 관련 영어 표현을 정리해서 붙였고요. 이렇게 집 안 구석구석을 관련 영어 표현으로 도배했습니다. 이것도 매일 봐서 식상하다고 느낄 즈음 갑자기 천장이 휑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국 천장에도 큼지막하게 영어 표현을 붙였습니다. 덕분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처음 본 언어가 영어였죠. 어느 순간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 게 어색할만한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이제 집 안을 영어로 채웠으니 이제 나와 붙어있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바꿀 차례입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운 사람들 중에 '오늘이 몇 년 몇 월 며칠'인지를 고민 없이 툭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어릴 적부터 영어에 '매일' 노출되지 않은 터라 쉬운 말조차 입에 붙어있지 않은 현실이죠. 그러니 스마트폰 언어 환경을 영어로 바꿔보시기 바랍니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누를 때 날짜가 영어로 나오는 걸 확인하는 전략입니다. 입으로 따라 읽어보면 더욱 좋습니다. 이렇게 서너 달만 습관화되어도 영어 노출이 훨씬 늘어날 테니까요. 노트북도 마찬가지입니다. 노트북이 영어로 되어 있으면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두 달만 적응해도 금세 편해집니다. 집, 스마트폰, 노트북. 이 세 가지만 영어로 바꿔도 상당한 영어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2. 지루할 때마다 다른 방법과 다른 콘텐츠로 갈아타기
제가 처음 영어를 접했을 2009년도에는 '해외 뉴스 청취' 수업이 대세였습니다. 고급 영어라는 탈을 쓴 저널리즘 잉글리시였습니다. 또한 고급 영어 실력과 세상 돌아가는 배경지식을 모두 쌓을 수 있는 일석이조 수업이었죠. 강남과 종로 일대 직장인들은 모두 이 수업에 매료됐습니다. 이때 현재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기초 영어'는 명함도 못 내미는 분위기였습니다. 여행 영어야 성행했지만 왕기초 영어 수업을 듣는 사람은 주변에서 찾기 어려웠습니다. 기초 영어란 단어조차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약 10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은 시원스쿨, 야나두, 코어소리영어 인강을 한 번쯤 결제한 적이 있을 겁니다. 기초 영어 시장의 대박인 셈이죠. '난 요즘 뉴스로 영어 공부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모두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럼 뉴스로 영어를 접하면 안 되고, 기초 영어부터 해야 영어를 잘하게 될까요? 이제는 기초영어도 한물간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통해 '무료'로 영어를 접하는 시대가 열린 것 같습니다. 그럼 기초영어는 소용이 없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만이 영어 실력을 늘려줄까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009년 당시 제가 주로 접했던 영어자료는 국민 미드 프렌즈였습니다. 하지만 프렌즈는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모든 영어학습자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입니다. 한때는 에코잉 학습법이 영어 시장을 강타했고, 지금은 쉐도잉 학습법이 유튜브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 수업에서는 발음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다른 수업에서는 발음보다 독해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린 걸까요? 영어 학습에도 유행이 존재하는 걸까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저는 13년간 영어를 가르치면서 영어의 8가지 영역(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단어, 문법, 발음, 문화)의 학습법을 오랫동안 연구했습니다. 각 영역당 대략 10가지 방법을 정리했는데요. 그럼 제게 80가지 이상의 학습법이 있다는 뜻이겠죠. 제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어를 향한 남다른 애정(?)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저 똑같은 방법을 반복하는 '지루함'을 못 견디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매일 접해야 하는 중요성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매일 영어를 접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했습니다. 학생을 위해서이자 동시에 자신을 위해서 연구한 것이죠.
결론입니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습니다. 어떤 방법이건 매일 영어를 접할 수만 있다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세요. 영어가 지루할 때 즈음 다른 방법으로 바꿔보세요. 영어가 물리는 순간이 오면 다른 콘텐츠로 갈아타세요. 한 가지 방법만 고수할 필요 전혀 없습니다. 매일 영어를 한다는 전제하에 어떤 방법과 어떤 콘텐츠를 활용해도 무조건 영어 실력은 성장합니다. 지루할 때마다 다른 방법과 다른 콘텐츠로 갈아타기, 영어를 매일 접하게 도와주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3. 영어 자료를 모으고 기록하기
부모님이 살고 계신 전북 군산 본가에는 제 이름으로 된 큰 박스가 2개 있습니다. 그 박스에는 온통 영어 프린트물이 가득합니다. 책장은 어떨까요. 책장에는 EBS 월간 교재가 100권 넘게 꽂혀 있고 각종 영어 학습법 책과 원서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메모장과 노트북 하드디스크가 궁금하신가요? 스마트폰에는 800개가 넘는 폴더가 있습니다. 그 폴더 안에는 수천 개 이상의 영어 표현과 학습법이 저장되어 있고요. 노트북 하드디스크에는 제가 공부했던 영어자료와 수업자료가 한 보따리입니다.
내가 접했던 영어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보세요. 대단한 자료일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밑줄 그었던, 내가 형광펜 칠했던 너덜거리는 에이포 용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루 영어 계획을 세웠던 영어 다이어리도 좋습니다. 계획을 지켰던 체크 표시 하나가, 계획을 지키지 못했던 엑스 표시 하나가, 매일 영어를 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처음에는 영어자료가 미미해 쌓이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모으는 재미로 영어를 접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게 영어를 지속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자료를 모으는 것에 더해 영어와 보낸 시간을 기록해보세요. 수업에서 강사가 말해주는 필기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영어 공부 자체에 쏟은 시간, 내가 양질의 자료를 고르기 위해 투자한 시간, 내가 영어에 헤맸던 시간을 고스란히 기록해보세요. 그 기록하는 행위가 영어를 지속할 수 있게 끌어줍니다. 또한 요즘 내가 영어에 느끼는 감정을 우리말과 영어로 둘 다 적어보세요. 제 노트북 구석에는 오래전에 숨겨놓은 워드 파일이 있는데요. 파일의 제목은 '영어 선언문'입니다. 한동안 극심한 영어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기록했던 일기입니다. 그 일기가 없었다면 저는 영어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자신이 접한 영어 자료를 모으는 일과 영어 시간을 기록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자료와 기록이라는 토대로 어떤 영어 슬럼프가 찾아와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테니까요. 영어를 매일 접하는 이유와 방법은 제가 몸소 겪은 이야기에서 발견한 '스킬'입니다. 스킬은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스킬이 모든 사람에게 통한다는 보장을 할 순 없지만 분명 효과가 있을 겁니다. 제가 증명해왔고 수천 명의 학생을 변화시킨 스킬이니까요.
학원 도움 없이, 강사 도움 없이, 매일 혼자서 영어를 접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영어는 혼자 하는 것입니다.
보너스: 영어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영어 변태도 아닌데 그럴 수야 없지요. 하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자신을, 영어 뉴스를 자막 없이 이해하는 자신은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감정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영어를 공부한다며 각 잡고 덤비기보다 영어를 잘하게 될 나를 기대하며 마음 편히 영어를 접해보세요. 분명 영어와 오해가 풀리고 영어 재미에 푹 빠질 수 있을 겁니다. 나이, 성별, 직업을 막론하고 영어는 언제나 남는 장사입니다.모두 영어 부자 되세요 :)
러너블 티처조 ㅣ 인스타그램 (클릭) , 유튜브 (클릭)
*주의 사항: 긴 글입니다. 13년간 매일 영어를 배우고 가르친 경험을 녹였습니다. 그러니 길 수밖에요. 앞으로 이렇게 딱 3편만 쓰겠습니다. 제 모든 티칭 노하우를 정리한 글이니 최소 3번 이상 정독하셔서 '자기 것'으로 체화하기 바랍니다. 그럼 앞으로 영어 때문에 '방황'하는 일은 없을 거라 자부합니다. 영어는 '안 하는' 거지 '못 하는' 거란 핑계는 댈 수 없을 겁니다.
글 중간 중간 보너스 pdf 자료를 숨겨 두었습니다. 보물 찾기라 생각하시고 '영어 자료 보물'을 챙겨가세요. 혹시 출퇴근 길에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 읽지 마세요. 따로 자기 카톡에 링크를 보낸 다음 최소 10분 이상 시간을 낼 수 있을 때 읽으세요. 그냥 대충 훑고 휘발시켜버리기엔 소중한 내용이니까요. 준비되셨죠?
영어는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자유자재로 쓰는 법부터 먼저 익혀야 한다. 현재 자기 영어 레벨이 초급이건 중급이건 상관없다. 내일 당장 직장에서 컨퍼런스콜을 하든 주말에 강남역으로 중급 영어회화 스터디를 가든 중요치 않다. 일단 기본 단어, 쉬운 단어, 익숙한 단어로 이루어진 영어 문장부터 접해야 한다.
어느 정도 강도로 접해야 하냐면, 정말이지 '이걸 또 봐? 이렇게 쉬운 걸 또 읽어?'라고 탄식이 나올 정도로 많이 접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려운 단어로 이루어진 말과 글이 아니다. 적어도 두세 번쯤 눈에 익은 단어, 최소 서너 번쯤 써 본 단어를 말한다. 언어학자 폴 네이션(Paul Nation) 박사에 따르면 영어 단어 2,000개가 일상 대화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 2,000 단어를 누가 먼저 자유롭게 듣고 쓰고 읽고 말하느냐가 앞으로 10년간 당신의 영어 레벨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2,000 단어로 이루어진 영어 문장만 알면 원어민과 일상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시중에 나온 영어학습법 책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유명 영어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는 주제이다. 또한 언어학자 논문 내용을 인용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몇 번 하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12년간 매일 배우고 매일 가르치고 매일 고민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지금부터 그 알짜배기 노하우를 자세히 설명하겠다.
* 목차
1. 영어 단어 하나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2. 영어 단어는 품사 변신을 할 수 있다.
3. 영어 단어는 두 단어가 합쳐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4. 어려운 우리말 내용을 쉬운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
5. 기본 단어 의미와 구조로 뉴스까지 커버할 수 있다.
1. 영어 단어 하나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영어 단어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보자. 당신은 쉬운 단어와 어려운 단어를 나누는 기준이 있는가? 단순히 내가 아는 단어면 쉬운 단어이고 내가 모르는 단어면 어려운 단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단어 레벨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보자.
'뜻이 하나뿐인 단어는 쉬운 단어이고 뜻이 여러 개인 단어는 어려운 단어이다'
두 단어를 예를 들어보자. 'take' 단어가 어려울까, 'carcinogen' 단어가 어려울까? 테이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칼시너전을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carcinogen'은 '발암물질'이란 뜻으로 암 발생에 직접적으로 원인이 되는 물질이나 세균, 바이러스를 의미한다. 그럼 'take'는 어떤 뜻일까? 무언가를 취하고 시간이 걸리고 누군가를 데리고 가는 의미인가? 'take' 뜻을 하나로 규정하기 쉽지 않다. 그 이유는 'take' 뜻이 여러 개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사전 기준으로 동사 뜻만 무려 '42'개나 있다. 이렇게 뜻이 많으니 선뜻 take는 이런 뜻이야!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take 뜻은 42 가지고 carcinogen 뜻은 1가지다.'
source: dic.naver.com
이제 단어 난이도를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었는가? 다시 말해, 뜻이 하나인 단어는 쉽고 뜻이 여러 개인 단어는 어렵다는 점이다. 한 단어에 여러 뜻이 있다는 특징은 사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고마운 일이다. 혹자는 'take 뜻 42가지를 언제 외우냐'라고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take 단어 하나만 알면 42가지 상황을 커버할 수 있다'라는 깨달음이 찾아온다. 쉽게 말해 take는 가성비가 높은 단어이다. 하나만 익혀두면 수많은 상황에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보면 신발은 '신고' 가방은 '메고' 안경은 '쓴다'.
하지만 영어는 전부 'wear'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신발, 가방, 안경에 해당하는 동사를 전부 다르게 외워야 하지만 우리는 '몸에 붙는 물건은 전부 wear로 표현할 수 있군' 이란 느낌만 가지면 된다.
이게 take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예상했다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영어 기본 단어에 모두 적용된다. 특히 동사는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do, put, go, make, have, get, meet, develop, pull 등 우리가 이미 어렸을 때부터 배워 눈에 익은 단어들이다. 그런 단어를 먼저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오늘부터 의미가 한두 개인 단어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단어장은 당분간 서랍장에 모셔두기로 하자. 내가 알고 있다는 생각하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에 관심을 기울이자. 즉, 기본 단어로 구성된 다양한 말과 글을 적극적으로 접하자.
* 보너스 자료: VOA에서 제공하는 기본 단어 1,500개 리스트입니다. 각각 정의와 예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2. 영어 단어는 품사 변신을 할 수 있다.
이제 기본 단어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다양한 품사로 쓴다'는 특징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단어 개수를 늘리는 고전적인 학습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어는 단순히 개수를 늘리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단어를 늘리는 게임이다. 하나를 익혀도 내가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쓸 수 있는 단어가 훨씬 값진 단어다. 지금부터 한 단어의 다양한 품사를 살펴보자.
baby, box, brand, boss, back
혹시 여기서 처음 보는 단어가 있는가? 대부분 들어봤을 것이다. '아기, 상자, 브랜드, 사장, 뒤'라고 하나씩 의미를 잡았다면, 영어 품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특징도 단어를 바라보는 시선이 관건이다. 단어는 단어로만 오롯이 존재할 수 없다. 항상 맥락 안에 존재해야 한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고 다시 의미를 파악해보자.
우리가 '명사'라고 여겼던 단어들이 '동사'로 쓰인 예문이다. 예외로 쓰인 경우만 골라왔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와 비슷하게 품사를 다양하게 쓰는 예문은 수백수천 개 이상 들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 단어의 품사를 고정시키지 말자. 사실 그렇게 공부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중고등학교 때 단어 시험을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빈칸에 답을 채워야 했고 다섯 개 보기 중에서 하나의 뜻을 체크해야 했다. 하지만 실전 영어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baby, box, brand, boss, back이 '동사'로도 쓰인다는 사실을 영영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source: learner's dictionary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품사로 쓰지 않는 예문을 추가로 살펴보자.
ex) I roomed with her back in college. (걔랑 대학교 때 함께 살았어요.)
room이 '방'이 아니라 '방을 함께 쓰다'로 쓰였다.
ex) Make sure you water the plants every day. (매일 화분에 물 주는 일을 잊지 마세요.)
water가 '물'이 아니라 '물을 주다'로 쓰였다.
ex) Let's lunch before we shop.(점심부터 먹고 쇼핑합시다.)
lunch가 '점심'이 아니라 '점심 먹다'로, shop이 '가게'가 아니라 '가게에서 물건을 사다'로 쓰였다.
'영어 단어 품사의 변신은 무죄다.'
3. 영어 단어는 두 단어가 합쳐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구동사, phrasal verb)
1, 2번에서 영어 단어 하나에는 여러 뜻이 있고, 그 단어가 다양한 품사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지금부터 아는 단어 두세 개가 합쳐졌을 때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특징을 이해할 차례다. 1, 2번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지금까지 말한 특징은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3번도 마찬가지다. 역시 양으로 밀어붙이는 고전적인 학습법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서 영어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하는 방식이다.
구동사란 동사+전치사(부사)가 붙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동사다. 딱딱한 문법 용어를 들먹이기보다 이해하기 쉬운 예문을 통해 알아보자.
'give up'은 무언가를 '그만두거나 포기하다'라는 의미이다. 다음과 같은 의미와 모양으로 자주 쓰인다.
source: learner's dictionary
여기서 'up'이 빠지면 문장이 깨지거나 내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give up'과 'give'는 다른 단어로 봐야 한다. 'up'은 '강조, 완료' 의미로 볼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 up도 많다. 연구에 따르면 입말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굳어져 특별한 의미 없이 'up'을 붙인다고 한다.
구동사는 보통 1번에서 언급했던 기본 동사에 '전치사와 부사'를 결합한 모양을 띈다. 예를 들어, take off, put on, look away, give out 등 기본 동사에 'off, on, away, out'이 뒤에 더해지는 형태다. 이런 모양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미 아는 단어로 '최대한 많은 의미'를 전달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야만 2,000 단어로 일상의 80% 상황을 커버할 수 있다.
'모든 규칙은 하나다. 최소 단어로 최대 의미 전달하기!'
지금부터 교과서에서 배운 딱딱한 '개념 단어'가 '구동사'를 통해 어떻게 말랑말랑하게 변하는지를 살펴보자. 우리가 전반적인 영어 학습에 추구해야 할 태도이고 특히 스피킹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여기서 '조립하다' 부분을 어떻게 영어로 전달하면 될까? 네이버 사전을 보면 'assemble' 단어가 나온다. 가물가물하지만 고등학교 때 배웠던 단어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딱딱한 단어를 일상에서 빈번히 사용하지 않는다. 의미는 통하지만 빈도수는 떨어지는 셈이다. 그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원어민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put together'를 떠올린다. '함께 모으는' 그림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이게 구동사 힘이다. 쉬운 단어 put, together 두 개를 조합해 '조립하다'라는 의미를 뚝딱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그럼 조립을 했으니 다시 분해를 해야 할 터. '분해하다'는 또 어떻게 표현할까? 잠시 5초만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자.
'apart'는 분리되는 그림이다. 조립(put together)한 물건을 다시 떼어(apart)내면 최종적으로 분리하는(take apart)하는 의미가 된다.
이외에도 수업과 헬스장을 등록할 때 ‘register’ 대신 'sign up'을 쓸 수 있고, 누구와 닮았을 때 'resemble' 대신 'take after'를 쓸 수 있다. 메시지를 전달할 때 'deliver' 대신 'get across'로 표현하고, 일을 미룰 때 'delay' 대신 'put off'로 표현할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면이 영어를 영어답게 만드는 특징이다.
* 보너스 자료: Canguro English에서 제공하는 빈도수 높은 구동사 리스트입니다.정의와 예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4. 어려운 우리말 내용을 쉬운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
영어와 우리말은 애당초 다른 언어이다. 두 언어는 뿌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다. 그러니 우리말 단어를 영어 단어와 일대일로 바꿔 번역하면 어색한 영어 문장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양을 옮기는 게 아니고 의미를 옮겨야 한다. 다음 예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혹시 이직할지도 모르니 이력서에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두세요.'
위 문장을 영어로 말하고 싶다. 머릿속에 일어나는 과정을 그려보자.
1단계) 우리말 단어를 영어 단어로 하나씩 바꾼다. 이때 영한사전을 통해 영어 뜻을 검색한다. 혹시는 maybe, 이직은 change company, 모르니는 maybe, 이력서는 resume, 경력은 experience, 차곡차곡은... 패스... 쌓아두다는 accumulate?
2단계) 사전에서 찾은 단어를 바탕으로 문장을 '조립'한다. 나름 우리말에 생략된 주어도 넣어주고 단어 위치도 영어스럽게 재배치한다. You accumulate experience on resume... maybe you change company..
3단계) 어떻게든 문장을 완성한다. 그리고 반드시 본인이 아는 문법 지식을 동원해 '오류'를 찾는다. 수일치와 시제를 점검하고 스펠링과 소문자 대문자도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영어 문장을 딱딱할 뿐만 아니라 우리말을 억지로 바꾼 영 어색한 문장이 된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쉬운 영어'로 의미를 바꾸는 번역 과정은 어떨까? 프로세스는 의외로 심플하다.
1단계) 우리말을 중얼거리며 의미를 곱씹는다. '혹시 이직할지도 모르니 이력서에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두세요.' 동시에 내가 전에 봤던 비슷한 영어 단어와 구조를 떠올린다. 이력서에 경력을 추가하고 관리하고 업데이트하는 모습이라.. 혹시 모르니까..
2단계) 해당 의미와 가장 가까운 영어 문장을 완성한다. 새로운 표현을 창작할 필요 없다. 전에 읽고 들었던 문장을 적재적소에 빼낼 뿐이다. 이제 문장을 완성한다.
Update your resume. You never know.
의미가 선명하게 느껴지는가? 영어에서는 이력서를 update할 수 있다. 그리고 'you never know'란 표현은 일상에서 빈번히 쓰이는 덩어리 표현이다. 예를 들어 영어권 국가에서 버스를 탄다고 가정해보자. 버스가 심하게 흔들려 손잡이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때 버스 손잡이에 작은 글씨로 영어 문구가 하나 적혀있다. 'You never know.' 무슨 뜻일까? 버스가 흔들리면 승객이 넘어져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꽉 붙잡으란 말이다. '혹시 모르니' 잡으라는 말,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나? 앞으로 일을 예상하지 못할 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넘어지는 일을 예상할 수 없듯 이직도 예상할 수 없다. 이때 you never know란 표현을 쓸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미셸 오바마가 퍼스트레이디 퇴임 이후 책을 출간하고 북 사인회를 진행하는 장면이다. 임신부가 책을 들고 다가온다. 미셸 오바마가 책에 사인하며 임신부에게 묻는다.
아기 예정일이 언제예요?
When are you due?
성별도 알아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
성별도 알아요? 이런 상황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또 '이력서 예문'처럼 성별이란 단어를 네이버 사전에 검색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아직 의미를 생각하는 훈련이 부족한 상태이다. 성별을 영어로 바꿀 생각만 하면 'sex'와 'gender' 외에 다른 대안을 떠올릴 수 없다. 'sex, gender 상자'에 사고가 갇혀버린다. 이미 아는 단어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성별도 알아요?
Do you know what you're having?
허무하겠지만 원어민은 비슷한 상황에서 'have' 하나로 처리한다. 'have'를 '가지다'라고 외운 사람은 절대 떠올릴 수 없는 문장이다. 실제 수업 시간에 이런 'have'를 수십 개씩 알려주는데 학생들 반응은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나름 토익 점수도 높고 회화 학원도 다녀봤는데 이런 영어를 어디서도 배운 경험이 없다는 억울함이다.
내가 생각하는 으뜸 영어 자료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단어로 이루어진 말과 글이다. 모르는 단어를 형광펜 칠해가며 새로운 단어를 알아가는 재미는 나중에 느껴도 충분하다. 또한 이미 배운 단어를 활용하는 방법을 정확히 익히고 나서 원서를 읽기 시작하는 편이 오히려 효과적인 학습 순서이다.
그래서 영어는 문장을 기억하는 것보다 '상황'을 기억하는 것이 필수이다. 문장을 머리에 담기보다 상황을 먼저 머리에 담아야 한다. 문장을 외우지 말고 상황을 외워야 한다. 끝으로 여러 상황을 축적하면서 동시에 다른 비슷한 상황과 '연결'까지 해보자. 그 단계에 들어가면 아무리 우리말로 어려운 내용이 나와도 '쉬운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은 곧 실력으로 바뀐다. 나는 원어민이 아니지만 어떤 어렵고 복잡한 상황을 영어로 바꾸라고 해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게 쉬운 영어가 지닌 힘이다.
'쉬운 영어를 어렵게 공부하고 어려운 영어는 쉽게 공부하자.
그러면 영어를 배우는 전체 과정이 쉬워진다.'
5. 기본 단어 의미와 구조로 뉴스까지 커버할 수 있다.
대형 어학원에 가면 생활영어를 배우는 '회화반'과 시사뉴스를 다루는 '시사반'이 따로 있다. 이름은 회화와 시사지만 사실 초급반과 고급반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영어 학습 방법도 패션처럼 유행을 탄다. 지금은 유튜브에서 '섀도잉'이 유행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뉴스 청취'가 대세였다. 나도 시류에 편승해 '시사뉴스 청취반'을 등록해서 다녔다. 하지만 나는 생활영어에 자신이 없었고 다른 수강생도 나와 비슷하게 보였다. 시사뉴스가 고급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생활영어에서 허덕이고 있을까?
이 글에서 계속 반복하고 있는 주제에 답이 숨겨져있다. 기본 단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면 '시사 영어'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배경지식이 필요한 뉴스와 전문 용어가 등장하는 기사는 별도로 학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영어로 된 모든 말과 글은 기본 단어가 밑바탕이다. 기본 단어를 익히지 않고 대충 넘어가도 어차피 나중에 다시 배워야 한다. 기본 단어 감을 익히는 단계는 생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 예문을 보자.
상황1) 술집에서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다. 할 얘기가 떨어져 나는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다. 친구는 내게 안주로 먹던 땅콩을 던진다. 이런 상황을 영어로 표현해보자.
I got hit with a peanut.
머리에 땅콩을 맞았다는 표현을 'got hit with'로 처리했다. 여기까지는 '할만하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
상황2) 2001년 9월 11일에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9.11 테러로 불리며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붕괴됐다. 이런 상황을 영어로 표현해보자.
The Trade Center got hit with a plane.
내가 땅콩에 맞은 것처럼 무역 센터도 비행기에 맞은 상황이다. 우리말은 어색하게 들리지만 영어로 충분히 가능한 구조이다. 무역 센터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땅콩이든 비행기든 'got hit'한 상황이다. 사소했던 땅콩이 중대한 테러 비행기로 변해도 영어 문장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표현 방식은 그대로이다. 그러므로 영어 기본기가 충실하면 시사영어까지도 커버할 수 있다.
상황3)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은 우리나라 의료보험 시스템과 비교해 환자가 부담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은 미국에서 병원을 갈 엄두를 못 낸다. 병원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오죽하면 30년 전에 이민을 떠난 사람도 치과 진료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올까. 비행기 왕복 비용을 부담해도 한국에서 치료받는 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 시스템 속에서 많은 환자들이 깜짝 놀랄 만큼 비싼 병원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A lot of hospital patients get hit with a surprise medical bill.
땅콩, 비행기, 병원비 모두 같은 구조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칼럼을 위해 힘들게 찾은 예문이 아니다. 이런 표현 방식과 구조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접한다. 영어에는 뼈 종류는 많지 않고 살 종류가 많을 뿐이다. 뼈대를 딱 잡고 그 위에 다양한 살만 얹으면 된다. 영어를 접하다 보면 'get/got hit with'를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상황5, 상황6을 스스로 추가해보자. 그게 누적되면 4번에서 배웠던 문장과 상황을 '연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역시 아는 단어가 전부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번부터 5번까지에 해당하는 자세한 내용은 러너블 오프라인 수업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수업은 글보다 말로 설명한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모든 수업은 소규모로 진행됩니다. 최대 6명 이상은 받지 않습니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글 2편을 더 공유하겠습니다. 꼼꼼하게 읽어서 영어 때문에 더는 방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영어는 혼자 공부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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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basic words VOA.pdf
4257KBPhrasal verb list.pdf
385KB한국에서 나고 자란 국민이라면 영어에 대한 갈증이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환경이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하기 때문이다. 영어 유치원을 기점으로 공교육 내신을 지나 각종 회사의 인사 고과까지, 영어와 이별할 수 없는 분위기다. 영어교육시장이 온 국민에게 적용된다면 그 안에 돈 냄새가 풍기는 건 자본주의의 예측 가능한 결과다. 각종 영어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줄을 잇고, 연예인, 외국인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 달콤한 시장에 진출한다. 끊임없이 누군가는 벌고, 누군가는 쓴다. 수없이 몰려드는 영어 강좌, 영어 강사, 영어 앱 앞에서 학습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강좌, 강사, 앱을 정리해봤다. 이번 글에는 먼저 좋은 영어 강사의 조건에 대해 짚어보겠다.
첫째, 강사는 어려운 내용을 쉬운 말로 풀어내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즉 이해를 도와야 한다. 혼자 영어를 이해하기 힘든 학생이 강좌를 등록한다. 물론 처음부터 강사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 단어도 외워보고, 쉐도잉도 실천해보고, 다양한 독학을 시도하다가 답답해서 강사를 찾아오게 된다. 자기 힘으로 해소가 안 되는 간지러운 부분을 살살 긁어주는 역할이 강사의 몫이다. 국내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상당한 영어실력을 보유한 강사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있다. 영어강의를 ‘지적교류’로 여겨 자신이 발견한 온갖 영어지식을 수업시간에 ‘폭풍’ 쏟아내는 점이다. 수업 난이도를 간과한 채, 자신의 만족감을 우선시하는, 수강생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다. 학생은 이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아니, 이길 필요가 없다. 강사와 학생은 평등한 존재다. 학생들이 필요한 건 쉬운 설명과 명료한 해설이 전부다.
둘째, 강사는 학생에게 15초에 한 번씩 용기와 관심을 심어줘야 한다. 영어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는 걸 쉼 없이 설득시켜야 한다. 관심이 곧 재능이고, 재능이 곧 관심이라며,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 필수 요소는 재능 따위가 아니라 관심이라고 주야장천 설파해야 한다. 머지않아 관심이 자신감으로 연결될 것이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용기와 관심을 전달하는 ‘과정’이 몹시 세련돼야 한다. 모든 강사가 활용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이나 언어를 배우는 건 ‘수영과 운전’과도 같다는 ‘전 국민 비유’도 될 수 있는 한 자제해야 한다. 닳고 닳은 비유를 자주 쓴다는 것은 설득하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은 게으른 태도일지도 모른다. 보통의 학생이 같은 조건에서 영어를 시작한 개별 사례나 평범함 학생이 영어에 관심을 두게 된 개인적인 경험이 훨씬 힘이 실린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묵직하고 먼 이야기보다 작고 사적인 이야기에,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셋째, 강사는 학생이 혼자 영어를 접하는 재미를 알려줘야 한다. 이번 조건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내가 한창 현장에서 강의할 때 과감히 내세운 캐치프레이지는 다음과 같다. “간절하되 조급하지 않게 이곳이 마지막 영어학원이길.” 학생들을 다음 달에 재수강시켜도 모자랄 판에 마지막 학원이 되어 얼른 떠나라니.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뻔하고 오래 걸리는 배움이 없다. 오래 걸리다 못해 평생 배우는 게 언어다. 그렇다고 수강생이 다른 여가를 반납하고 몇 년씩 학원에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문제와 씨름하다가 발견한 비결이 있다. 학생이 영어를 제 힘으로 지속할 때 생기는 일종의 ‘쾌감’을 맛보게 해주는 기술이다. 강사와 학원에 ‘의존’하던 학생을 자신의 힘으로 영어를 접하는 학생으로 ‘변화’시키는 스킬이다. 타자를 변화시키는 힘은 계몽이 아니라 전염이란 말이 있다. 설교는 신도에게 잔소리는 어린아이에게 하는 것이다. 강사가 진심으로 영어를 좋아하고 매일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학생들에게 그 마음이 은은하게 전해지지 않을까.
끝으로 좋은 강사는 좋은 학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평생 학생으로 남겠다는 마음으로 강사를 시작했다. 늘 부족하고, 앞으로도 부족하겠지만, 이 과정을 같이 걸어가는 학생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참고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강사는 농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강사다. 농담이 제일 어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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